실수 (Real number)
실수의 정의: Complete Ordered Field
다음 3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구조를 실수 (real number)라고 정의한다.
- Field. $(\mathbb{R}, +, \times)$ is a field. (덧셈과 곱셈이 결합·교환·분배법칙을 만족하고 항등원·역원을 갖는다는 뜻.)
- Order. $\mathbb{R}$ is a totally ordered set whose order is compatible with the field operations: $x<y \implies x+z<y+z$ for all $z$, and $x,y>0 \implies xy>0$. (순서와 사칙연산 구조가 서로 호환된다.)
- Completeness (Least Upper Bound Property). Every non-empty subset of $\mathbb{R}$ that is bounded above has a supremum(최소상계) in $\mathbb{R}$. ($\mathbb{Q}$에는 없던, $\mathbb{R}$을 $\mathbb{R}$답게 만드는 핵심 성질.)
위 성질을 실수의 공리라고도 많이 언급하는데, 이는 Hilbert의 1900년 논문 “Über den Zahlbegriff” [1]에서 실수를 공리로 특징지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이 논문에서 Hilbert가 쓴 completeness 공리(Vollständigkeitsaxiom)는 오늘날의 least upper bound 공리가 아니라 “이 공리들을 모두 만족하면서 이 수 체계를 더 확장할 수 없다”는 극대성(maximality) 형태의 공리였다. 실수의 성질들만으로 모든 정리를 연역하겠다는, 구현 독립적(implementation-independent)인 방법론적 태도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공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위 정의가 well-defined인지 확인하려면 존재성과 유일성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씩 확인해보자.
Complete Ordered Field의 존재성
“Die ganzen Zahlen hat der liebe Gott gemacht, alles andere ist Menschenwerk.” (신께서는 정수를 만드셨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이 만든 것이다.) — Leopold Kronecker
자연수만 있으면 그 위에 정수, 유리수, 그리고 실수까지도 construct할 수 있다. ZF 공리계 위에서 자연수, 정수, 유리수를 차례로 구성해보자.
자연수 $\mathbb{N}$. ZF에 따라 어떤 inductive set $I$가 존재한다. \(\mathcal{A} = \{A \subseteq I : A\text{ is inductive}\}\)라 하고 $\mathbb{N} = \bigcap \mathcal{A}$로 정의하면, $I$의 선택과 무관하게 well-defined이고 그 자신도 inductive함을 쉽게 보일 수 있다. $0=\emptyset$, \(1=\emptyset \cup \{\emptyset\}\), … 과 같은 식으로 개별 자연수도 정의된다. 나아가 $\mathbb{N}$은 다음과 같은 Induction Principle도 만족하는데, 이는 수학적 귀납법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자연수의 핵심 성질이다.
Induction Principle. If $S \subseteq \mathbb{N}$ satisfies $\emptyset \in S$ and \(\forall n\,(n\in S \to n\cup\{n\}\in S)\), then $S = \mathbb{N}$.
정수 $\mathbb{Z}$. $\mathbb{N} \times \mathbb{N}$ 위에 동치관계 $(a,b) \sim (c,d) \iff a+d=b+c$를 주고, 그 quotient set으로 정의한다. $(a,b)$의 동치류는 직관적으로 $a-b$에 대응한다.
유리수 $\mathbb{Q}$. \(\mathbb{Z} \times (\mathbb{Z}\setminus\{0\})\) 위에 동치관계 $(a,b)\sim(c,d) \iff ad=bc$를 주고 그 quotient set으로 정의한다. $(a,b)$의 동치류는 직관적으로 $a/b$에 대응한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에서 모두 사칙연산과 순서를 잘 정의할 수 있지만, 유리수까지는 $\sqrt{2}$와 같은 수를 담을 자리가 없다는 결정적인 빈틈이 있다. 이 빈틈에 대한 논의는 이미 고대 그리스 Pythagoras 학파로 거슬러 올라간다. Pythagoras 학파는 “만물은 수(정수와 그 비)”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사각형의 대각선과 변처럼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양(incommensurable magnitude), 즉 오늘날 말로 무리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며 이 세계관 자체가 흔들렸다. 흔히 이 발견은 Hippasus of Metapontum이라는 인물의 이름과 함께, 그가 이 “금기”를 누설한 죄로 물에 빠뜨려 죽임당했다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다만 이 이야기의 출처를 따져보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Hippasus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가장 이른 자료는 그의 활동 시기로부터 700년 넘게 지난 Iamblichus의 De Vita Pythagorica [2]이고, 그보다 이른 Pappus는 “누설한 자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만 전할 뿐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즉 Hippasus가 실제로 이 발견을 했는지, 정말 처벌을 받았는지는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후대에 덧붙여진 전설에 가깝다. 심지어 최초로 발견된 incommensurable magnitude가 정사각형의 대각선($\sqrt{2}$)이었는지, 아니면 Pythagoras 학파가 상징으로 여겼던 정오각형(pentagram)의 대각선과 변의 비(황금비)였는지에 대해서도 역사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von Fritz는 기하학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후자 쪽 가설을 제시했다 [3].
전설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양이 존재한다는 발견 자체는 실재했고, 이는 이후 수학사에서 무리수와 실수의 개념이 정식으로 다뤄지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빈틈을 메우는 것이 실수의 구성이며,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Dedekind cut. $\alpha \subset \mathbb{Q}$가 다음을 만족하면 cut이라 부른다.
- $\alpha \neq \emptyset$ and $\alpha \neq \mathbb{Q}$.
- If $p \in \alpha$ and $q < p$, then $q \in \alpha$.
- $\alpha$ has no greatest element.
$\mathbb{R}$을 이런 cut들의 모임으로 정의하고, 순서는 $\alpha < \beta \iff \alpha \subsetneq \beta$로 준다. 덧셈은 \(\alpha+\beta = \{p+q : p\in\alpha,\ q\in\beta\}\)로 정의하고, 곱셈은 부호에 따라 경우를 나누어 정의한다. 유리수 $r$은 cut \(\{q \in \mathbb{Q} : q < r\}\)과 동일시되어 $\mathbb{Q} \subset \mathbb{R}$인 embedding을 얻는다. 이 방법은 Dedekind가 1872년에 처음 제시했다 [4].
Cauchy sequence. 유리수로 이루어진 수열 $(a_n)$ 중, for every $\varepsilon \in \mathbb{Q}_{>0}$ there exists $N$ such that $m,n>N \implies \vert a_m-a_n\vert<\varepsilon$을 만족하는 것들(Cauchy sequence)을 모은다. 두 Cauchy sequence $(a_n),(b_n)$을 $a_n-b_n \to 0$일 때 동치로 보는 동치관계로 quotient를 취해 $\mathbb{R}$을 정의하고, 사칙연산은 성분별로 정의한다. 이 방법은 Cantor가 1872년 논문에서 제시했다 [5].
이 두 구성 모두 complete ordered field의 세 조건을 만족함을 보일 수 있다. 즉 존재성이 증명된 것이다.
Complete Ordered Field의 유일성
이 세 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두 구조가 항상 동형임을 실제로 증명한 것은 Huntington의 1903년 논문 [6]이다.
Theorem (Uniqueness, Huntington 1903 [6], Theorem II/II′). Any two complete ordered fields are isomorphic as ordered fields.
이 논문은 공리 집합을 두 벌 제시하는데, 앞의 10개(postulates 1–10)는 순서와 덧셈만으로 이루어진, 위로 유계인 증가수열은 항상 극한을 갖는다는 형태의 completeness를 가진 순서군을 정의하고, 뒤의 14개(postulates 1–14)는 곱셈을 더해 오늘날의 complete ordered field에 해당하는 공리계를 이룬다. 그리고 각 공리계에 대해 (1) Dedekind cut·Cantor의 Cauchy sequence·기하학적 직선 등을 모델로 삼아 무모순성(Theorem I/I′)을, (2) 이를 만족하는 두 대상은 항상 “equivalent”(순서와 연산을 보존하는 전단사, 즉 오늘날 말로 isomorphic)함(Theorem II/II′)을, (3) Padoa의 방법으로 각 공리가 나머지로부터 독립임(Theorem III/III′)을 각각 증명한다. 이 중 (2)가 바로 오늘날 categoricity라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즉 Dedekind cut으로 만들든 Cauchy sequence로 만들든 결과는 isomorphism을 기준으로 유일하고, 그 공통된 동형류를 $\mathbb{R}$이라 부른다. 실수를 complete ordered field로 정의하고 존재성과 유일성을 증명하는 현대적인 서술은 예를 들어 Rudin의 교재 [7]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수의 정의에서 Completeness 대신 Cauchy Completeness를 쓰면?
실수의 공리 3번을 “모든 Cauchy sequence는 수렴한다(Cauchy completeness)”로 바꿔도 같은 결과를 얻을까? 답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completeness(Least Upper Bound Property)로부터 다음이 따라 나온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Archimedean Property. For every $x \in \mathbb{R}$, there exists $n \in \mathbb{N}$ such that $x < n$.
증명은 간단하다. 만약 $\mathbb{N}$이 위로 유계라면 completeness에 의해 $s=\sup \mathbb{N}$이 존재하는데, $s-1$은 상계가 아니므로 어떤 $n\in\mathbb{N}$에 대해 $n>s-1$이고, 그러면 $n+1\in\mathbb{N}$이면서 $n+1>s$가 되어 $s$가 상계라는 가정에 모순된다.
문제는 이 함의가 Cauchy completeness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Archimedean이 아니면서도 (그 field 자신의 순서로 정의한 $\varepsilon$ 기준으로는) Cauchy complete인 ordered field가 존재한다.
반례: 실수 계수 formal Laurent series field $\mathbb{R}((t))$. 계수가 실수이고 $t$의 지수가 유한히 많은 음수 항과 무한히 많은 양수 항으로 이루어진 급수들의 field를, 0이 아닌 최저차항 계수의 부호로 사전식(lexicographic) 순서를 주면 ordered field가 된다. 이 field에서 $t$는 모든 $n\in\mathbb{N}$에 대해 $nt<1$을 만족하는 양의 무한소(infinitesimal)이므로 Archimedean property가 깨진다. 그런데 이 field는 자기 자신의 $t$-adic한 순서 구조에 대해 Cauchy complete하다. 급수의 차수가 계속 커지는 Cauchy sequence는 항상 그 field 안의 극한 급수로 수렴한다. 즉 field + order + Cauchy completeness라는 공리계는 $\mathbb{R}$뿐 아니라 이 $\mathbb{R}((t))$도 만족시키므로, 이 공리계만으로는 실수를 유일하게 특징짓지 못한다.
이 둘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
Theorem. An ordered field is Dedekind complete if and only if it is Archimedean and Cauchy complete.
따라서 completeness 공리를 굳이 Cauchy completeness로 바꾸고 싶다면, Archimedean property를 별도의 공리로 추가하면 된다. 즉 “field + order + completeness” 세 공리 대신 “field + order + Archimedean + Cauchy completeness” 네 공리를 쓰면 다시 $\mathbb{R}$을 유일하게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런데 앞서 Cauchy sequence로 $\mathbb{R}$을 구성했을 때는 왜 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그 construction은 임의의 non-Archimedean field가 아니라, 이미 Archimedean인 $\mathbb{Q}$를 completion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Archimedean인 ordered field를 Cauchy sequence로 completion하면 Archimedean property가 그대로 보존된다. 모든 Cauchy sequence는 유계이고, $\mathbb{Q}$ 안에서 유계라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자연수로도 유계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mathbb{Q}$를 completion해서 얻은 $\mathbb{R}$은 Archimedean이면서 동시에 Cauchy complete이고, 앞의 정리에 의해 이는 Dedekind complete과 같은 말이 된다. 반면 반례로 든 $\mathbb{R}((t))$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애초에 완비화하기 전의 순서 자체가 non-Archimedean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field + order” 두 공리만으로 $\mathbb{Q}$가 유일하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mathbb{R}$이나 $\mathbb{R}((t))$처럼 다른 ordered field들도 이 두 공리는 만족한다. 다만 앞서 존재성 파트에서 실수를 구성할 때는 아무 ordered field나 골랐던 게 아니라 ZF 위에서 직접 만든 구체적인 $\mathbb{Q}$를 사용하고, 이 $\mathbb{Q}$가 Archimedean이라는 것은 정수가 $\mathbb{Q}$ 안에서 cofinal하다는(임의의 유리수보다 큰 정수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나온다. 따라서 그 위에서 Cauchy sequence로 completion해도 충분했던 것이다.
참고문헌
- Hilbert, D. (1900). Über den Zahlbegriff. Jahresbericht der Deutschen Mathematiker-Vereinigung, 8, 180–183.
- Iamblichus. De Vita Pythagorica [On the Pythagorean Life] (c. 4th century CE).
- von Fritz, K. (1945). The Discovery of Incommensurability by Hippasus of Metapontum. Annals of Mathematics, 46(2), 242–264.
- Dedekind, R. (1872). Stetigkeit und irrationale Zahlen. Friedrich Vieweg und Sohn.
- Cantor, G. (1872). Über die Ausdehnung eines Satzes aus der Theorie der trigonometrischen Reihen. Mathematische Annalen, 5(1), 123–132.
- Huntington, E. V. (1903). Complete Sets of Postulates for the Theory of Real Quantities. Transaction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4(3), 358–370.
- Rudin, W. (1976).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 (3rd ed.). McGraw-Hill.